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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가 대한민국의 '검은 반도체'를 삼키고 있다

11.3억 달러 김 수출 신화의 이면, 뜨거워진 바다가 김 산업을 위협한다.
지구온난화와 김 - 기후변화가 위협하는 대한민국 검은 반도체 김 산업의 위기 | 개념의 철학사유

지구온난화가 대한민국의 ‘검은 반도체’를 삼키고 있다

식탁 위의 역설

2025년, 대한민국 김 수출액이 사상 최초로 11억 3천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까맣고 바삭하고 참기름 향이 배어든 한 장의 김이 반도체에 빗대어 ‘검은 반도체’라 불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제로 수산식품 수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국가 대표 수출품이 되었습니다. 명동을 찾은 관광객들은 김 선물세트를 명품처럼 쌓아 들고, 미국의 트레이더 조스에서는 김밥이 출시되자마자 매대가 텅 비었습니다.

그런데 이 화려한 숫자의 이면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국내 김 생산량의 80퍼센트를 책임지는 전라남도 해역에서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다가 뜨거워지고 있었고, 김이 자랄 수 있는 조건 자체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지금 한국 김 산업을 관통하는 역설입니다. 제품에 대한 수요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그 제품을 만들어내는 생태계는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바다가 열을 앓을 때

김의 학명은 피로피아(Pyropia)입니다. 수온 5도에서 15도 사이의 차가운 바다에서 자라는 냉수성 해조류로, 양식 시기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입니다. 겨울바다의 냉기에 기대어 사는 생명체인 셈입니다. 수온이 오르면 성장이 더뎌지고, 색소가 빠지면서 노랗게 변색되는 ‘황백화’ 현상이 나타나며, 결국 세포가 부패합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22년까지 55년 동안 우리나라 해수 표층 온도는 약 1.36도 상승했습니다. 단 하나의 숫자에 하나의 위기 전체가 응축되어 있습니다. 이 온도 상승으로 가을이 늦게까지 따뜻해 채묘 시기가 밀리고, 봄이 일찍 더워져 수확이 앞당겨집니다. 김이 자랄 수 있는 창이 양쪽에서 동시에 좁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양식 가능 기간이 약 두 달이나 단축되었습니다.

생산 통계가 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2019년 국내 김 생산량은 1억 7,746만 속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2024년에는 1억 4,970만 속으로 떨어졌습니다. 불과 5년 만에 약 16퍼센트가 감소한 것인데, 양식장 면적은 오히려 꾸준히 늘어난 기간이었습니다. 더 많이 심었는데 더 적게 거둔 것입니다. 바다가 더 이상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열 지도 위에 쓰인 미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연구진이 내놓은 전망이 가장 냉정합니다. 생물학적 성장 모델과 해수면 온도 예측치를 결합한 이 연구에 따르면, 피로피아의 공급량은 2050년까지 저배출·고배출 시나리오 모두에서 15~17퍼센트 감소합니다.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까지 최대 72퍼센트까지 줄어듭니다. 이에 따른 수익 감소는 2050년에 약 12퍼센트, 세기 말에는 최대 50퍼센트에 달합니다.

붕괴의 지리학은 균일하지 않습니다. 완도와 장흥 일대, 바로 김 산업의 심장부인 남해가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습니다. 서해 일부 지역은 온난화로 최적 양식 지대가 북상하면서 일시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지만, 남해의 대규모 손실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산업의 무게중심이 놓인 바로 그 자리가 피해의 진원지라는 것, 이것이 이 위기의 잔인한 정밀성입니다.

더 불안한 것은 이 전망이 수요의 폭증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입니다.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세계 김 시장은 2033년까지 거의 두 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수요는 무한히 늘어나는데 공급의 생물학적 기반은 쪼그라드는 모델—이 방정식은 스스로 온건하게 풀리지 않습니다.

 

바다를 떠난 김의 도박

한국의 대응은 야심찹니다. 해양수산부는 2025년 고수온 내성 김 품종과 인공 해양 환경 기반 연중 생산 시스템 개발에 350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2023년 국내 최초로 육상양식 전용 김 품종을 확보하고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달리고 있습니다. 풀무원은 2021년부터 바다 환경을 모사하는 바이오리액터를 가동하여 현재 월 10킬로그램의 김을 생산하며, 2027년 조미김 등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주변부의 실험이 아닙니다. 바다가 더 이상 안정적인 생산 기반이 될 수 없다는 인정 위에 세워진, 산업 구조의 근본적 전환입니다. 전북연구원의 나정호 선임연구원은 육상양식을 “산업을 재구조화하고 국가 수산 정책 자체를 재정의할 수 있는 전략적 전환”이라 평가했습니다.

야심은 실재합니다. 한계 역시 실재합니다. 육상양식은 수온, 염분, 영양분 순환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실험실 규모의 바이오리액터 생산량을 수억 속 단위의 산업 규모로 확대하는 일은 아직 증명되지 않은 과제입니다. 여기에는 불편한 아이러니도 숨어 있습니다. 탄소 배출이 야기한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기술이, 그 자체로 상당한 에너지 소비를 필요로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육상양식이 환경 부담을 줄이는 것인지 단지 이전하는 것인지는, 아직 내려지지 않은 에너지원 결정에 전적으로 달려 있습니다.

 

장부 너머의 문제

김에 대한 위협은 단순한 농수산업이나 경제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변화가 일상의 가장 친밀한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한국 바다가 보내는 가장 선명한 초기 신호입니다. 김은 푸아그라나 트뤼플이 아닙니다. 아이의 도시락 삼각김밥을 감싸는 한 장의 검은 종이이고, 아무런 격식 없이 밥상 위에 놓이는 반찬입니다. 2026년 초 김 한 장 가격이 100원에서 150원으로 올랐을 때, ‘지구온난화’라는 추상은 장바구니 영수증 위의 숫자가 되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과학은 철학자 한스 요나스(Hans Jonas, 1903–1993)가 말한 ‘책임의 원칙’과 만납니다. 요나스는 기술 문명이 자연적 삶의 토대를 변형할 수 있는 전례 없는 힘을 보유하게 되었으며, 이 힘은 새로운 도덕적 명령을 요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단기적 경제 최적화가 아니라 인류의 장기적 생존 가능성을 조직 원리로 삼는 윤리 말입니다.

네 행위의 결과가 지구 위에서 진정한 인간적 삶이 지속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도록 행위하라.

— 한스 요나스, ‘책임의 원칙’(1979)

한국의 김 위기는 요나스가 경고한 바의 작지만 정확한 실례입니다. 따뜻해진 바다는 극적인 붕괴로 자신을 알리지 않습니다. 단축된 수확기, 노랗게 변색된 김 한 장, 소비자가 투덜거리다 곧 잊어버리는 가격 인상의 형태로 도착합니다. 위험은 바로 이 점진성에 있습니다. 매번의 작은 손실을 감당할 만한 것으로, 매번의 기술적 해법을 충분한 것으로 취급하는 유혹—그 유혹에 빠져 있는 사이 누적된 피해가 어떤 공학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질문은 한국이 기술력으로 김 생산의 미래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아닙니다. 당분간은 아마 가능할 것입니다.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바다에서 거두던 것을 먹기 위해 땅 위로 바다를 옮겨야 하는 문명이, 마침내 바다 그 자체를 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인가. 검은 반도체는 하나의 기압계입니다. 그것이 측정하는 것은 산업의 건강이 아니라, 행성의 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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